캄보디아 – 기억과 용서, 치유와 화해를 향한 여정

평화청년회 “만 소코엔”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1.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련하여 캄보디아의 주요한 사회적 이슈는 무엇입니까?

1998년 내전종식 후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캄보디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몇 가지 주요 사회적 쟁점을 정리해 보면, 1) 야당 지도자고발과 야당 해산법 제정을 통한 야당핍박, 2) 인권운동가/평화운동가 탄압 3) 언론자유 말살 4) 부패와 토지 몰수 6) NGO에 대한 악법제정 등 입니다. NGO법은 NGO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현재 일부 NGO는 야당의 일원으로 기소되어 있습니다. 

2. 크메르 루즈 대학살에 대한 진상규명, 치유와 화해를 위해 10년 넘게 일해 오셨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진상규명과 화해의 과정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시고, 한국 (제주 4.3, 광주 5.18 등)의 경험이 캄보디아의 과거사 청산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도전은 크메르 루즈 대학살의 가해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캄보디아의 대학살은 1975-1979에 있었고, 약 2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살해되었습니다. 이 대학살의 진상규명과 치유를 위해 정의, 화해, 추모를 위한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을 통해 피해생존자들은 진실과 화해, 정의를 찾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크메르 루즈의 가해자들은 고립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할 때, 안전보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매우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회복적 정의의 과정은 치유, 진실규명, 기억의 회복과 화해 단계에 피해생존자와 가해자 모두를 참여시키기 위해 많은 메커니즘들이 구축됩니다.

치유: 가해자와 그 조력자들에게 적개심을 키우는 것 보다는 기념과 추모의식을 통해 공동의 고통을 나누고 사랑하는 이들을 기리는 일이 치유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피해생존자들이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와 종교 단체들은 치유와 관련된 문화적, 종교적 규범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치유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트 워크숍이나 세대간 대화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기억의 회복: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은 크메르 루즈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종교의식이나 기념일을 지킴으로 트라우마와 아픔이 집단의 기억으로 승화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하나가 됩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용서의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추모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인정하며 기리는 행위로 화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진실규명: 진실규명은 대학살 이 후 30년 이상 동안의 침묵을 깨고 피해자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들려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가해자들로부터 학대가 왜 일어났는지 또한 이러한 학대를 가능케 한 시스템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특별히, 대화를 통한 진상규명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조성하여 이해와 용서의 마음을 함양합니다. 크메르 루즈 학정의 고통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통하여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사회 차원의 치유 과정이 시작됩니다. 복수에 대한 두려움에 계속 시달리는 가해생존자 크메르 루즈 간부들에게는 공동체 대화가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화해 및 관계회복: 많은 수의 전직 하급 간부들은 자기 마을에 사는 희생자들로부터 폭력적인 응징을 당할 것을 끊임없이 두러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 크메르 루즈 간부들은 대화와 포럼의 기회가 지역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용서를 위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의 이러한 관여와 적극적인 참여는 치유 과정에서 긍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영향을 창출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평화청년회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에 중점을 둡니다. 피해생존자와 옛 크메르 루즈 사이의 소통, 세대간 대화에서 젊은이와 노년층 사이의 소통, 그리고 불교도, 이슬람교도, 기독교도 사이의 종교간의 소통을 통하여 이해와 신뢰의 폭이 증진되고 있습니다.

배상: 정부는 개인들에 대한 배상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ECCC)가 승인한 집단 배상, 화해와 기억의 회복을 위한 피해생존자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및 국제기구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화청년회도 해외 파트너들의 지원으로 “강제이주”, 크링타찬 안보센터의 “기억스케치”, 바탕바주 삼롱 지역의 “지역사회 평화학습센터” 등 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솔직히 제주 4.3과 광주 5.18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3. 캄보디아의 불처벌(impunity)문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매우 우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 주시기 바랍니다. 

캄보디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이 “불처벌의 문화”입니다. 인권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면책을 근절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인권 침해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의지부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기관의 저급한 전문성, 그리고 사법체계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현재 정부가 야당의 참여 없이 독단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정부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 같습니다. 빈곤탈출을 위해 정부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해안 지방에서 도박과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 공동체 주민들에게 적절한 배상 없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공동체의 땅이 제공됩니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투자기업들 사이에 큰 갈등이 있지만, 현 정부는 이 갈등의 희생자들에 대해 정의를 세우는데 있어 중립적이지도 않았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여 주지도 않았습니다.

  • 번역/정리 – 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