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오세찬님 인터뷰 “한국교회 내 차별과 혐오의 현실”

1. 어떤 일이 있었는지요?

2018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아이다호 데이(IDAHOT DAY)에 학교 채플에 참석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각각 무지개 색을 이루는 빨, 주, 노, 초, 파, 보 색깔의 상의를 입고 예배를 드리고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속한 장로회신학대학교(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는 소위 ‘반동성애 입학서약서’ 즉 ‘동성애를 옹호’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입학 서약서를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2017년부터 교단 안팎으로 동성애 이슈가 모든 사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교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문제도 있었고 신학교 통폐합 문제 등 풀어내야할 여러 이슈가 산적해 있었는데 말입니다.

2018년 5월 17일, 장신대 채플에서

각설하고 저희는 그 어떤 논의와 연구 과정 없이 그저 동성애자들과 엘라이(Ally)들을 배제하려는 이 폭력적인 움직임에 작은 저항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표현은 순식간에 교단의 가장 시끄러운 소동으로 번졌습니다. 저희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한 언론사는 저희를 예배당과 교단을 더럽힌, 신학교에 있어선 안 될 사람들로 낙인찍었고, 학교의 대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목소리에 부응하여 저희의 행동에 혐의를 씌우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학교는 저희에게 어떤 명목으로 조사를 받게 되고 어떤 규정을 어긴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희는 한 순간에 낙인이 찍혀졌고 비민주적인 조사과정 이후 학교는 저희에게 정학, 근신, 엄중경고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나마 조사 과정에서는 조사위원 교수님들께서 저희의 의도와 문제의식들에 공감을 해주셨고, 이것은 징계 사안이라기 보단 연구와 학술적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징계라는 결과는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학교는 저희의 징계사실을 저희 소속 노회와 교회에 공문으로 보냈고, 그해 가을에 있을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에게 배포하려 했습니다. 학교는 이러한 조치가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저희를 문제 학생이자 문제 목사후보생임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학교 당국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시 재판 중이던 명성교회 부자 세습안이 저희 때문에 힘이 분산되어 통과되었다거나, 교수님들이 눈물 흘리며 기도한 결과이니 징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교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게 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사안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면, 앞으로 학교 안에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쉽게 징계를 받게 될 선례로 남게 될 것 같아 싸움을 어떻게든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적으로 다툴 수 있을지 도움을 청했고, 뜻 있는 공익 법률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해 겨울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이 시작되고 학교 안에서 저희의 소송 목적이 돈 때문이라든지, 관심에 목말라 이슈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든지, 여러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징계가 부당했다는 재판부의 판결로 결국 소송은 이겼지만, 당시 신대원장은 오히려 재판부가 종교기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든지, 사소한 절차 미비로 인해 패소했다며, 또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글을 동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학교는 기존의 학칙과 세부 규칙을 개정하여 학생들에게 징계를 쉽게 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상황을 조성했습니다.

소송은 이겼지만 학교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되레 저희에게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복학 절차를 지연시키며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사역과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목사고시에서 모든 절차와 시험을 통과했지만, 동성애 대책위원회에 의해 ’동성애 옹호자 혐의’를 받아 20명이 넘는 50-60대 남성 목사들 앞에서 특별 면접을 받고 결국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목사고시는 응시과정에서 당회와 노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미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힌 저는 다시 응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해 주신 분들이 많은 상처를 받게 되었고, 애초 저희가 목표했던 학교의 부당한 징계에 대한 당국에 책임 있는 조치를 다시 한번 요구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저희에 대한 징계가 부당했으며 선배로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며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저희를 돕고 싶다고 말씀하신 교수님들이 사실은 학교에서 저희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꾸려진 위원회 소속이었으며 저희와 나눈 대화가 학교에 보고되고 그것이 소송 자료로 제출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학교로 인한 시대착오적이고 무례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저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2. 통합에서 신학대학원 혹은 직원채용 시 성소수자 엘라이 혹은 당사자일 시 거부되는 조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상과 양심,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21세기에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합니다. 실제로 역사를 통해 그동안 인류가 자행했던 수많은 폭력과 죽임은 사상과 양심, 존재 자체를 처벌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규범들은 그 당시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였겠으나, 나와 너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역사는 씻을 수 없는 여러 오점을 남기며 비극적인 과거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조항 역시 그런 수치스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이고, 제안하고 동조한 이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침묵하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거대한 구조 안에서, 폭력적인 선택지 앞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실존적 양심을 배반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학교와 교수들은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보이시고, 교단 목회자들과 직원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의 사랑과 성찰을 해주시고 목회현장에 이러한 성찰의 목소리가 모아지길 기도합니다.

3. 차별과 혐오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 특히 장로교 내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시민들의 의식 수준과 괴리되어 사회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기독교는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될 것입니다. 현재 차별과 혐오로 대표되고 있는 목소리들이 한국교회의 성도들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대하게 대표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대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장로교에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우리가 더욱 성숙한 민주화를 이루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그리고 존중받으며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지연된다면, 그 과대 대표되어 있는 목소리 중심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교세가 강한 장로교가 있기 때문에, 아마 가장 마지막까지 그 목소리를 붙들고 있게 될 교회 중 하나로 남게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습니다.

4. 마지막으로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에서 한국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퀴어, 그리고 엘라이들이 쫓겨나고 괴롭힘을 당하는 현재를 과정론적으로 해석하거나 발전적 역사관이나 낙천적으로 치부하기엔 현재 우리의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연결되어야 합니다. 더 적극적으로 관심 가져 주시고, 껄끄러워지더라도 선명하게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합니다. 이것은 기독교가 기독교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사진: 무지개신학교 (오른쪽이 오세찬님)

  • 인터뷰: 김민지
  • 번역/정리: 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