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지난 2019년 8월 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작년 10월 감리교 연회재판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고 차별철폐를 위해 교단 안팎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이동환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목사는 지난 6월 21일부터 현재 감리교 본부 앞에서 재판의 부당함과 성소수자 차별철폐를 위한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1.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습니다. 다른 교단의 신부님과 목사님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내용은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동등하며, 독특한 존재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이 아닌 사랑과 평등의 세상을 꿈꾼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photo by 주피터

제가 속해 있는 감리회 법에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성소수자가 모이는 축제에 가서 축복을 한 것이 그 법을 위반한 것에 해당된다고 감리교 교단 내 몇몇 단체가 고발을 한 것입니니다. 2019년 9월에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 고발이 되었고 9개월여 몇 번의 심사과정을 거쳤습니다. 동성애는 죄이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회유도 많이 들어왔지만 주위에 퀴어 친구들과 우리 교우들을 생각할 때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혹시 내가 목사 면직이 되거나 출교가 되어도 내 양심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재판은 정말이지 엉망이었고 고소인측은 마치 중세시대를 살고 있는 양 ‘동성애는 죄이고 너는 동성애를 찬성했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2020년 10월에 연회재판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저는 ‘축복이 죄가 될 수 없음’을 주장했고, ‘모든 존재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음’을 굳게 믿기에 연회재판의 판결에 불복할 수 밖에 없었고 즉각 항소심을 신청했습니다.(제가 속한 감리회는 2심 제도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총회 재판위원회는 외부로 자신들의 재판 내용이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에 비공개재판을 고수했고 핸드폰을 압수했습니다. 또 저를 심사해서 고발한 사람이 재판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항의를 하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재판을 계속해서 보류하고 있습니다. 재판은 2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야 한다는 내부 법규정이 있지만 총회 재판위원회도 행정담당자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1심 판결을 받은지 벌써 9개월이 됩니다. 이미 정직 2년 중 절반 가까이 지나고 있고 1년 이내에 판결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기다림이 길어지는 동안 제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 성도들은 방치되어 있고 교단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저도 아내도 일상을 잃어버린 채 재판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고 여러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 감리교 장정(교단법) 제3조 8항에 의해 정직 2년 처분을 받으셨는데, 앞으로 장정 개정운동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처음에는 나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재판에 임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싸움을 하며 교단의 상황을 보고 저로 인해서 교단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정말 장정개정운동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겪은 일들을 듣고 30-40대 젊은 목회자들 140여 명이 연대성명서를 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반퀴어운동을 하는 집단들이 거기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공개적인 곳에 서명한 이들의 소속과 나이 등을 올리기도 했고요. 부교역자인 경우 담임목사를 통해 이름을 빼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후원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성명서에 연서명했다는 이유로 3조 8항 위반이라며 사상검증을 해봐야 한다며 심사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이게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목회하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 감리회에서 목회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가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론 저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저의 안위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 성소수자 차별 악법을 폐기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재판받는 것을 계기로 하여 50-60대 목회자들 120여 명이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감리회 모임을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을 개정하는 일은 총회 대표로 들어가는 선배들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이런 모임이 더 귀중합니다. 재판을 받는 것과 더불어 선배그룹과 함께 장정개정운동 또한 전개해 나가려 합니다.

3. 차별과 혐오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입장, 특히 감리교 내 상황에 대해 목사님 생각을 나눠주시죠.

한국교회의 혐오차별 사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전에도 정치적 극우와 신앙적 근본주의 성향을 띄는 단체 특히 반공과 반이슬람을 내세우는 단체를 중심으로 반동성애에 대한 조직적 운동이 있어 왔었지만 어디까지나 교계 장외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 감리교에서 가장 먼저 소위 ‘동성애 처벌법’을 제정한 후 다른 교단에서도 줄줄이 비슷한 법을 만들면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 내에서도 반동성애 세력이 주류의 목소리가 되고 있으며, 허호익 교수, 장신대 신학생, 임보라 목사 이단 지정, 이동환 목사 재판 등 내부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은 차별금지법 채택을 비롯하여 향후 동성혼 인정까지 나아가겠지만 지금도 그렇거니와 중요한 때마다 가장 발목을 잡는 집단이 기독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는 교회 내부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진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4. 마지막으로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재판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항의와 이동환 목사 재판 무죄 그리고 감리교 성소수자 차별조항(3조 8항) 폐지라는 요구사항을 가지고 집중행동을 하려 합니다. 아마도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런 행동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저항하고 외치겠습니다. 이런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특히 교회 안에서의 혐오와 차별에 대해 많은 분들이 함께 연대하여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저희에게 응원과 연대의 성명서를 보내주시고 기독교대한감리회를 향해 차별에 대해 우려를 담은 서신을 보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번역/정리:  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