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올림픽, 일본 어디로 갈 것인가?
질문: 이기호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원장)
답변: 김경묵 (일본 와세다 대학교, 문화학술원 교수)
1. 이번 동경올림픽은 일본의 침체된 경제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몽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후 패전국에서 저팬 남버원의 자긍심과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했던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을 재현하기 위한 부흥 올림픽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강행한 이번 올림픽이 개최하고자 했던 취지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올림픽 개최의 결정은 2013년이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극복과 ‘강한 일본’의 재건이 2012년에 들어선 당시 아베정부의 사명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뜻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해서 이러한 일본의 재건 비전(그리고 2025년 오사카 엑스포)에 차질이 생겼고요.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을 한다면, 당시의 취지와 목표의 성취를 이루기는커녕 더 많은 재정 부담과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드러났다고 봅니다.
어제(8월22일), 요코하마시장 선거에서 자민당후보가 대패했습니다. 가나가와현/요코하마가 스가총리의 선거구/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정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총선시기, 다음 자민당 총재선거를 둘러싼 후폭풍이 자민당 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코로나 사태가 지금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시기에 긴급사태는 9월 12일까지 지속됩니다(하루에 2만 5천여 명의 제5파).
따라서, 9월 12일 긴급사태 해제 후, 언제, 어떻게 해산총선을 치르고, 누구를 집권여당(자민당)의 총재로 추대할 것이냐 등을 두고 정치판의 치열한 권력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가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바닥을 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다음 자민당총재/일본총리의 후보자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서 스가 체제로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도쿄도의회, 요코하마시장에서의 패배를 기록한 자민당이 얼마만큼의 의석을 잃을 것인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2. 올림픽 개최의 배경에는 일본 자민당 정권에게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특히 가을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총리의 재집권도 기대했을 것이고요. 그러나 올림픽 유치에 온 힘을 기울였던 아베 전총리조차 올림픽에 불참을 하였고, 올림픽 폐막 후,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31.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림픽 선거로도 불릴 이번 2021년 가을 일본의 정계개편의 주요 논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선거는 올림픽선거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2012년 이후의 아베 전 총리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과 부정구조가 표면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시민사회의 과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쟁점화하고 대안을 모색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큰 과제로 드러날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베정권 때에 이루어진 인사권을 내각부가 쥠으로 인해서 일부 정권과 친한 코드인사가 이뤄졌고, 관료가 정치가의 눈치를 보는 사태가 지속되어, 일본적인 관료제도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보은폐, 문서위조 등으로 이어지고 관료의 자살사건 등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당장에 자민당의 지지율이 33.4% 정도이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6.4%인 점으로 볼 때, 정권교체보다는 자민당 내의 총재, 즉 수상의 자리를 어느 파벌의 누가 차지하느냐가 중점적인 논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조NHK 여론조사 http://www.nhk.or.jp/senkyo/shijiritsu/ )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로나사태의 해결과 일본경제의 부활이 일본정치의 핵심과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후쿠시마 등 동북지방의 부흥/복구도 중요한데, 눈 여겨 봐야할 부분 중의 하나로, 코로나사태의 락다운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개헌의 중요성을 일본보수파가 방송 등에서 절묘하게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1.경제부활, 2.개헌, 3.미일안보 등이 중요한 정치의 어젠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것이 한일관계나 중일관계 등의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요소는 보이지 않고, 특히 한일관계는 한국의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현재 분위기로 갈 듯합니다.
3.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침체 그리고 도쿄 올림픽의 강행 등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들이 가장 염려하거나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또 이를 위한 일본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어떠한지요?
시민들의 불만은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일본 시민사회는 한국시민사회와 달리 미래 비전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한 현실대응적인 (reactive) 스타일입니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대안이나 이슈는 크게 부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시민사회의 리더들을 키우지 못한 일본 시민사회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아까 언급한 요코하마시장은 제1야당이 추천한 의사가 시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이 선거는 복합적인 성격이 강한데, 하나는 요코하마시의 통합리조트(카지노유치)의 찬반투표의 성격이 강한 선거이기도 했고, 또 하나는 코로나사태에 대한 정부의 신임투표의 성격이기도 했습니다. 막판에 현 요코하마시장(카지노 반대로 당선된 후, 찬성파로 변절)에 대항하는 요코하마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자민당도 카지노반대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카지노유치 반대의 구조가 된 것입니다 (참조https://gendai.ismedia.jp/articles/-/86495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점은 일본정부에 대한 요코하마시민(인구400만의 제3의 도시)의 불만이 표출화되었고, 곧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하나 덧붙이면 의사회 등 전문가집단이 일본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유권자의 성격상, 대안 없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한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고, 제1야당 자체가 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젊은 세대들은 그저 개인의 안전과 번영을 각자의 노력으로 추구하는 스타일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30대 전후들은 19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세대 , Z세대들인데 이들은 버블경제 붕괴 후에 태어난 “잃어버린 시대” 만을 살아왔던 세대라서 사회적인 대의나 비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약합니다. 엘리트들도 관료나 대기업이 아닌 IT분야나 컨설팅 등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인주의가 한국이상/만큼으로 팽배되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4.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로 한국 내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듯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앞두고 일본 소마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고도 합니다만, 큰 흐름에서 보면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한일간에 벌어진 외교적 갈등이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는 물론 최근에 GSOMIA로 불리는 한일군사협력,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으로 대표되는 경제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정부와 시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요? 또한 향후 한일관계를 풀어가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일본정부와 시민(양심적인 일본시민도 포함해서)들은 일본의 보도나 한국보도의 일본어번역에 의존하다 보니 한국정부와 한국시민들이 때로는 감정적이거나 일관성이 결여된 태도를 보인다고도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반일과 반아베의 차이가 불분명하거나, 친일청산이라는 표현이 작용했다고도 보입니다. 또한 동시에 일본의 보수파와 정부/정계의 편향적이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지쳐 있는 듯합니다 일본내의 지한파 학자들의 태도가 가장 현저히 이러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것을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시민사회나 미디어의 탓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86세대들 탓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복합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그 배경에는 2015년 위안부합의에 대한 번복이 골대포스트를 이동하는 한국에 대한 불신이라는 여론으로 퍼진 듯합니다. 한국 내의 보수/진보의 정권교체가 외교적인 정책의 번복으로 작용하면, 국가간의 신뢰가 이뤄질 수 없고, 법치국가의 틀이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2019년의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한국사회의 감정적인 대응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감정적인 국가/사회로 비춰지고, 한국에서는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 국가/사회로 비춰지는 점이 갈등의 원인이겠지요. GSOMIA, 징용공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양국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까지는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듯 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협상/교섭상대가 바뀌는 구조에서, 게다가 일관성이 결여되었다고 보여지는 한국정부에 대해서 미리 일본정부가 해법을 제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 2년의 문제해결보다도, 한일시민사회는 10년 뒤, 20년 뒤의 미래 인재들에 대한 투자와 배움의 자리를 더 만들어야 할듯합니다. 한국 내의 젠더이슈(페미니즘)나 세대이슈, 평화문제 등에 대하여 일본시민사회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벗어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가치공동체의 구현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