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타밀 상황과 아시아의 군사화

  • 다음 주면 2009년 5.18 스리랑카 타밀대학살 12주기를 맞습니다. 타밀 주민들은 학살의 아픔과 고난을 담지한 채, 극도로 군사화되고 억압적인 상황 아래서 하루 하루를 숨 죽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남쪽 스리랑카서부터 동쪽 홍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나라 주민들이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아래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쥬드 랄 페르난도 박사와 함께 스리랑카 타밀 상황과 아시아의 군사화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1. 이제 다음 주 5월 18이면 2009년 타밀 대학살 12주년인데요, 스리랑카 타밀의 최근 인권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타밀 지역의 민간 행정지역은 정부 보안군의 완전 통제 하에 있는 군사화된 지역입니다. 정권의 반대자들과 시민운동 지도자들은 위협 당하고 체포되고 있습니다. 자프나 지역의 군인과 민간인 비율이 1대6이며, 물라티예부 지방에는 12만 명의 민간인이 사는데 6만명의 군인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2명당 한 명의 군인이 있는 것입니다. 군대 없이는 어떤 공개 행사도, 심지어 취학 전 어린이 행사도 열 수 없습니다. 스리랑카 국가가 얼마나 억압적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타밀대학살을 공개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괴롭힘을 당하며 일부는 테러방지법에 따라 체포됩니다. 이 지역에서 전쟁 중에 사망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추모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테러’의 지지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싱할리 불교 승려와 정착민들은 자유롭게 땅을 점령하고 타밀지역에 불교 사당과 마을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보안군과 경찰은 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슬람교도들은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맹공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 부활절 자살 테러범들이 수년간 스리랑카 보안기관에 이미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보안기관이 먼저 무슬림들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 주 정부 관리들에게 그러한 탄압을 항의했지만, 정부는 어떤 법적 처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전체 이슬람 사회가 범죄 집단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절 테러 공격자들은 이슬람 공동체에 깊은 뿌리가 있는 그룹들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거의 1000명의 이슬람교도들이 테러방지법에 의해 체포되어 아무런 혐의 없이 구금되어 있습니다. 전쟁 후에 구속된 수천 명의 타밀 정치범들에 이들이 더해진 것입니다. 이슬람 교도들은 타밀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타밀족을 억압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정부는 이슬람 공포증을 조성하여 무슬림들과 타밀을 분리하려고 모든 시도를 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리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공동체, 타밀 정당들, 그리고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타밀들은 동부로부터 북부까지 토지 수탈, 체포, 구금, 군사화에 반대하는 700 km 행진을 했습니다. 희망과 연대, 단결을 보여 주는 위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 정부는 코로나 19를 핑계로 모든 시위를 탄압하고 타밀 지역뿐만 아니라 싱할라 지역을 군사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 35개 주요 부처와 기관이 국방부 산하에 있습니다. 150명 이상의 군 고위 관리들이 이들 정부 조직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통령 자신도 전직 장교입니다. 타밀은 이에 반대하지만, 대부분의 싱할리아인들은 보안군을 타밀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화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2. 금년 3월 말, 독일은 마침내 약 20명의 타밀 망명신청자들을 스리랑카로 송환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독일과 유럽의 이민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인가요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에서 극우세력이 점차 세력을 얻고 있습니다. 독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은 반이민, 반난민, 반망명 주의자들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100만명에 가까운 시리아 난민을 환영했지만, 현재 그녀의 사회민주당(SPD)은 반난민 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과 연정에 돌입했습니다. 망명 신청자들을 추방한 것은 내정을 담당하는 우익 CSU 정책의 일환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타밀 뿐만 아니라 독일에게도 불리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SPD는 외교를 맡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두고 CSU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타밀과 독일은 매우 특별한 관계가 있습니다. 메르켈 정부는 스리랑카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유엔 스리랑카 인권결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독일 내무부가 타밀을 추방한 것은 외무부의 입장과 배치됩니다. 독일이 타밀망명자들을 스리랑카로 송환했다는 것은 스리랑카 극우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유엔 인권위 절차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스리랑카 정부에 의한 현재 진행형인 타밀 탄압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과 이탈리아는 동맹을 맺었습니다. 유럽의 우익 세력이 스리랑카처럼 아시아의 우익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최근 미얀마 민중들의 투쟁에 대해 유럽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떤 연대 활동이 조직되고 있습니까?

군부에 의한 민간인 잔학행위에 대한 유럽 시민사회 단체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군사정권의 잔인함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수십년 동안 계속돼 왔지만, 문제는 아웅산 수지가 군부와 권력을 공유했을 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로힝야인들이 표적이되었고, 유럽에서는 시민 단체들이 로힝야인들의 인권을 위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유럽에서 자유 버마는 수지가 집권하기 전 슬로건이었고, 프리 로힝야는 수지 집권 후 슬로건이었습니다. 이제 두 슬로건을 결합 할 때입니다. 자유 버마, 자유 로힝야.. 물론 카렌, 커친, 샨족 등 모든 소수 민족들도 포함해서요. 다시 말하면, 타밀과 타밀어를 사용하는 무슬림이 연대해야 하는 스리랑카 상황과 흡사합니다. 오늘날 버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항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청년들은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인종주의, 군사 독재, 우익 민족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데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또한 인도의 달릿 (Dalits)과 미국 흑인들도 잊지 말아야합니다.

4. 최근 “제국과 군사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책을 출판 하셨는데, 이 책의 내용, 특히 아시아의 군사화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이 시대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군사화는 민중들의 저항을 억압하는 가장 잔인한 형태의 폭력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800개의 기지를 두면서 세계 군사제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시아, 특별히 동아시아에 있습니다. 제가 편집한 이 책에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고도의 군사화에 종속된 국가의 활동가와 학자들이 쓴 21편의 기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이 책은 단순히 저의 개인적인 시도가 아니라 집단적인 노력입니다. 이 책은 군사화의 깊이와 정도를 보여 줄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타밀 엘람, 카슈미르, 팔레스타인 멕시코 및 한국, 터키, 남아프리카 의 민중들의 다양한 저항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이미 오바마는 2011년 호주 의회에서 아시아에서 군사화를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라는 이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아시아로의 회귀의 목표는 중국을 포위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반도와 인도 대륙의 평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2009년, 10만 이상의 타밀주민 이 학살된 것은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은 인도의 지원을 받아 인도양에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스리랑카 섬을 단일한 국가 구조로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섬의 북동쪽에있는 엘람 타밀 주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 있어 스리랑카 정부를 전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타밀은 타밀타이거(LTTE)의 군사적 성과를 활용하여 스리랑카 정부와 평화로운 정치적 해결을 원했으며 인도양이 평화지대로 선언되기를 바랬습니다. 사실 타밀은 자유주의 EU 국가들이 뒷받침하는 평화 패러다임 안을 지지했습니다. 이 안은 인도양과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쟁 패러다임과 정반대였습니다. 오늘날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20년 양국은 3개의 양자 간 군사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호주, 인도, 일본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4자 안보대화(QUAD)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를 저해하는 가장 위험한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한국, 대만, 베트남을 동맹에 포함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타밀의 도전을 무력화하면서 스리랑카 정부를 보호하는 것은 이 동맹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의 대북 군사력 강화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하였나요? 중국은 2002년 스리랑카와 LTTE 간의 평화 프로세스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스리랑카 정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지자입니다. 오늘날 중국은 인도양에서, 미국이 그러는 것처럼, 전쟁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타밀과 무슬림을 탄압하고 스리랑카 정부를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합니다. 시민사회 단체가 지역현실과 지정학이 연결되는 방식을 올바로 인식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책은 수평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타밀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모든 억압된 민족들의 집단적 투쟁은 인도-태평양을 평화지역으로 선언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군사화 될수록,이 지역의 진보운동에 대한 탄압은 가중될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평화정착을 위하여 북한을 주권을 가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타밀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전쟁 패러다임에 반하는 평화 패러다임으로만 가능합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인권이해가 이러한 투쟁의 집단적 차원을 포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고 깊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권이 개인의 권리로 축소될 때, 우리는 인권유린의 근원인 군사 패러다임의 포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이 그러는 것처럼, 인권을 개인의 권리로 축소하고, (한 민족의) 집단적인 권리를 유린하는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군사화를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민중들의 집단적 권리가 인정될 때, 모든 권리가 보호되는 평화 패러다임이 가능합니다.

  • 번역/정리 신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