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YMCA 남부원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Q1. 5월 28일 전인대(NPC)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 되었는데 이것이 어떤 절차로 언제 발효되나요? 홍콩 입법의회에서는 무난히 통과가 되나요?
중국 및 홍콩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전인대에서 제정키로 결의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체계, 즉 기본법(Basic Law)을 걸러뛰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많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보안법은 홍콩 입법의회(Legco) 논의와 채택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해석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가보안법이 홍콩기본법에 대해 상위법적인 지위를 갖는다면 이는 “일국 양제”와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 원칙을 심각하게 손상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의 결정에 따라 전인대 상임위원회(NPC Standing Committee)에서 구체적인 법률안 성안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기 홍콩에서의 일반적인 전망은, 빠르면 6월 말 전에, 늦어도 오는 9월 LegCo 의원 선거 전에 국가보안법이 중국 본토에서 구체적인 법조항을 완료하여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 깊은 전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단 이 법이 중국에서 통과되면 홍콩기본법의 부속법(Annex III)으로 기본법에 명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Q2. 보안법의 구체적인 핵심 내용은 무엇이고, 그것이 홍콩시민 전반 (국제기구 포함)과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국가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전인대에서 밝혀진 대강의 내용은, 홍콩의 분리독립, 국가전복, 테러리즘, 그리고 외국 혹은 외부세력의 간섭 등을 예방, 저지, 처벌(prevent, stop and punish)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홍콩의 수반은 홍콩시민들을 대상으로 국가보안교육을 실시하고 또 홍콩에 중국의 정보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홍콩 변호사협회는 법의 구체조항 내용과 그 적용범위의 모호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특히 보안법이 홍콩이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을 존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동안 홍콩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이른바 민주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조만간 발효되면 지금까지 홍콩시민들이 누려왔던 시민적 권리들(Civil rights)이 여러모로 제약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외국과의 연결, 특히 이른바 ‘자유민주진영’과 연결되어 있는 각종 활동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홍콩은 그동안 국제NGO들, 특별히 아시아를 포괄하는 지역NGO들의 본부로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국가보안법이 발효된 상황에서는 홍콩 내부의 NGO들은 물론이지만, 인권옹호활동을 포함하는 지역NGO들의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적인 자금지원 등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제약이 가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Q3. Covid-19 상황이 심각한데,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많이 제한할텐데 어떻습니까? 벌써 꽤 많은 민주인사들이 구속되어 있다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서 홍콩은 Covid-19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동안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다가, 사흘 전에 1명 그리고 어제 (6월 1일) 4명의 지역사회 감염자들이 보고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 모임을 8명으로 제한하는 조치 등 – 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약 한달 전에 민주당 정치인들을 포함, 7~8명의 민주인사들이 체포, 구금되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있었던 일련의 시위를 조직했거나 참가한 혐의라고 합니다. 또 최근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는데, 일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 혐의로, 또 일부는 불법시위 혐의로 현장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 농성으로 지켜오던 6월 4일의 천안문사태 31주년을 기억/추모하는 거리집회도 코비드19 감염우려를 내세워 경찰에서 30년만에 처음으로 불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시위그룹들을 포함, 홍콩의 범민주진영에서 6.4 31주년을 어떻게 치룰지도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4. 앞으로 미,중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이 있다면?
잘 아시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전인대에서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홍콩은 더 이상 중국으로부터 자율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언하면서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특혜적 조치들을 거의 예외없이 최소하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아직까지 그 취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는데,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홍콩의 자치권을 직간접적으로 훼손한 정부관리들을 제재(sanction)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트럼프대통령이 취한 ‘미국우선 정책’이나 이와 유사한 행보로 미루어 짐작컨대, 홍콩 제재의 초점은 홍콩의 인권, 민주주의, 법의 지배 등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 보다는, 미국의 국가이익, 특별히 투자와 금융 비즈니스 등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맞춰지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이슈를 국제관계 선거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은, 그 동안 갈등해왔던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더해 금번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중 간에 새로운 냉전(New cold war)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교역, 투자 등 경제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과학기술, 군사, 안보, 이데올로기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차원의 구조적인 체제대결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더 세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미-중 간의 신냉전체제가 구조화되면 그 영향은 가까이 있는 한국, 대만, 일본 등 이웃국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부정적으로 미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특별히 정치군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외교를 추진하면서 국익을 추구하는 한편, 보다 평화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한 세계건설에 기여하는 일은 아주 도전적인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끝으로, 밖에서 보는 한국시민사회는, 지난 시기 민주화 과정을 헤쳐오고 또 이를 추동해 오면서 이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살아있는 시민사회라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시민사회는 정부(국가)와는 달리, 국익추구의 차원을 넘어,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들을 강화하고 확산하는 본연의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동북아시아의 여러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홍콩에서 시민적 자유와 인권, 정의 등 시민사회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제한되지 않도록,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억압받지 않도록 다양하고 견고한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