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민중운동가 삼욧 선생과의 인터뷰

(1) 삼욧(Somyot Pruksakasemsuk) 선생님이 다시 연행되어 구금되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져서 놀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7년의 감옥생활을 끝내고 세상으로 나온 게 2018년 5월 1일이었어요. 밖으로 나온 후에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계속 내 삶을 살았어요. 정의와 자유를 위해 민중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죠. 그런데 2020년 6월 4일 한 사건이 발생했어요. 태국의 젊은 망명 정치 활동가인 Wanchalerm Satsaksit가 캄보디아에서 ‘의문사’를 당했습니다. 학생들은 누군가 배후에 있다고 생각하며 분노했죠. 정부에 사건의 진상요구를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성이 난 학생들은 2020년 8월 10일, 타마삿(Thammasat) 대학교에 모이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는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군주제 개혁(왕실 개혁)에 대한 10가지 요구 (첨부 문서)를 제기하였습니다. 9월 19일 타마삿 학생지도부와 시위대는 제게 대학집회에 개혁 요구를 지지하는 연설을 부탁했어요. 저는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참석했고, 경찰은 바로 태국 형법 116조 위반 ‘집시법’ 혐의로 저를 체포했습니다.

출처: Somyot facebook

(2) 펜더믹 상황이라 집단 구금은 아주 위험할 수도 있는데 어디로 끌고 갔나요?

방콕에 레먼드 감옥이 있어요. 거기서 14일 동안 격리되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연락도 취할 수 없었어요. 2주가 지나자 그들은 나를 공동 수용시설도 보냈어요. 아주 혼잡했죠. 한 방에는 45명이 함께 있었어요. 대부분 절도 등 범죄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3) 11월 3일 감옥에서 나오시자마자 풀려난 학생 지도부와 함께 태국 시민들과 해외의 국제연대에 대해서 특별히 감사인사를 표했는데요.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인권센터에서 나온 변호사가 바깥 상황을 알려줬습니다.

해외에서 50개 이상의 단체들이 태국 대사관 앞에서 우리들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며 조직적인 항의행동을 하고 있다고요. 태국에서도 시민들이 저희들이 정치범들로 탄압받을 것을 우려하여 강력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국은 처음에 저의 보석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석방을 요구하는 공공여론이 형성되고 시위대의 저항과 요구도 커지니까 어쩔 수 없이 풀어준 것이죠. 시민들, 노동자들과 전 세계의 국제연대가 저희를 석방시킨 겁니다.

출처: workpoint today 화면 캠쳐 내용: 학생들과 석방되어 인사하는 삼욧선생

(4) 언론에서는 이번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반정부시위’로 규정합니다. 참여자들은 민주항쟁, 민주개혁,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 운동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현재 시위를 이끌고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이들은 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들. 시민들입니다. 고등학생들이 많은 까닭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과 시스템에 대한 불만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교사들은 군부와 왕실이 원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통제했어요. 예를 들면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수 없는 조항 등 다양한 통제 조항들이 학교 제도에 있었어요. 변화를 원하는 것이죠. 시위대에는 중학생들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쁘라윳짠오차( Prayut Chan-o-cha) 총리의 사임과 군주제의 개혁 등을 포함한 수정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어요.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과 학생들은 왕실 예산을 삭감하고, 국왕(마하 와치랄공꼰(라마 10세) 권한의 절대 권력이 통하지 않는 통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어요. 시위를 주도하는 그룹은 특정한 정당 세력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결사하여 연합한 조직으로 민중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5) 누가 이 시위를 지지하고 있나요? 거대한 민주주의의 물결이 일어났는데 현재 태국의 어떤 상황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걸까요?

거리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시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covid-19) 펜더믹 이후 경제 불황이 정말 심각해졌어요. 시민들, 서민들,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말도 못해요. 화가 나도 그저 참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는 어려움을 돌보지 않고 무기구입과 왕궁을 위해서 거액의 세금을 매년 사용했거든요. 매년 대략 삼백억 바트 (1조 2천억 원)가 군주제, 왕실을 위해 사용되고 있고,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천억 바트 (3조 6천억 원)를 무기 구입비용으로 사용해 왔어요. 태국 국경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전쟁이나 내전이 없었는데도 거액의 세금이 군수예산으로 사용되니까 시민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겁니다. 시위대는 그럴 돈이 있으면 사회복지, 노인연금 등을 더 늘리라며 예산개혁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Jaded Chouwilai/ 내용: 방콕 거리로 나온 시민들 (10.18일)

(6) 정부는 이번 시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정부는 기본적으로 폭동 진압 정책을 사용하여 시위대를 막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시민들을 상대로 정보를 왜곡하고요. 시위를 막고 방해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법적 조치를 취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위축시키려고 해요.

 출처: Somyot Facebook

(7) 시위대가 10월 26일 독일 대사관 앞으로 이동하여 왕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는데 특별히 그곳에서의 시위를 한 까닭이 있나요?

네. 국왕 라마10세는 2006년부터 독일에 거주하면서 태국을 통치하고 있어요. 그것도 문제이지만 독일에 살면서- 전 세계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캠팬스키 호텔 등- 이미 가족들의 사업체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독일의 생활도 엄청나게 호화롭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어요. 태국에는 형법 112조인 ‘왕실모독죄’가 있잖아요. 모독죄에 의해 왕실의 탄압을 받을 수 있는데도 학생들은 용기를 낸 것입니다.

(8) 이번 민주개혁 요구와 시위가 더 나은 태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태국의 모든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군주제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우리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왕이 더 이상 쿠데타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번 항쟁을 통해 ‘표현의 자유’, ‘왕실 모독죄(불경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항쟁이 있기 전까지는 힘들어도 대부분 그저 참는 것을 숙명처럼 여겼어요. 내면화된 곤경을 무시한거죠. 복종이란 인내의 강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민주항쟁으로 일상의 변화와 전환이 시작되었어요. 변화를 원한다면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과, 직면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접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항쟁의 참여를 통해 조직되고 있어요.

많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태국 상황을 구체적으로 모르는 한국의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들었는데 속히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 질문과 번역: 차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