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엔인권보고서

Ecu. Voice: 필리핀 유엔인권보고서 요약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인권탄압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마약 감시대상자들 수천 명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해 살해되었다. 테러방지법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운동가들을 상대로 남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테르테 정권의 국가정책은 인권운동가, 법조인, 언론인, 원주민, 시민운동가들의 자유와 삶을 억압하고, 초법적 살인과 강제 실종, 불법체포 구금, 조작 사건 등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국가폭력을 계속해서 양산하는 독재정권의 표본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필리핀 인권침해 상황과 관련하여 유엔인권위원회는 오는 2020년 6월 제44차 이사회에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필리핀 인권상황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제시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41/2)을 채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2020년 1월 31일 해당 보고서 작성을 위해 인권운동가와 단체를 초청하여 정확한 정보와 사실 확인 등 상황을 분석하는 공개적인 자리를 열기도 했다.

위의 언급된 바와 같이 두테르테 정부의 공권력이 자행하고 있는 초법적 살인, 괴롭힘, 폭력, 협박 등은 소외된 계층, 특히 농민과 루마드(민다나오 토착민 지칭) 공동체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교인들이 직면한 상황을 통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교회 그룹들 중 특히 필리핀연합교회(UCCP)나 필리핀독립교회(IFI)에 ‘좌파 낙인(red-tagging)’을 찍거나,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배포되는 전단지나 다양한 정보유포 경로를 통해 신인민군(NPA) 세력과 악의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주거권 운동가인 윌럼 아고르드, 양심수 석방운동을 지원한 마르셀리트 마에츠 신부와 같은 많은 양심세력들이 공권력의 희생자가 되었고, 이렇게 희생당한 이들은 모두 소외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헌신한 이들이었다.

필리핀 국민민주전선(NDFP)과 필리핀 정부 간 평화회담이 종료되자 이에 법적으로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이 격화되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공산당-신인민군(CPP-NPA), 필리핀 지하 반군단체를 테러단체로 선포하는 선언문 374호를 발표한 뒤, 정부는 해당 그룹과 관련한 모든 정치적 저항을 위축시키고, 공격하는 데 집중하였다.

정부는 인권옹호활동을 법적으로 무력화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단체와 개인들의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정부로부터 인신구제를 청원하는 행위자체를 위협해 왔다. 이들 중에는 바공 알얀상 마카바얀(BAYAN-New Patriotic Alliance)을 포함한 많은 운동가들이 전단지를 통해 ‘공산주의-테러리스트’로 내몰리기도 하였다.

활동가들에 대한 좌파낙인은 초법적 처형, 불법체포, 날조된 혐의, 불법 감시, 조작 사건 등의 심각한 인권탄압의 결과로 나타난다.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 중 또한 우려되는 것은 바로 정부자금으로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 확산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면 정부 웹사이트 및 뉴스매체인 필리핀 통신을 통해 활동가 및 법률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건은 2019년 5월 선거 시 투표소 인근에서 해당 후보와 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포한 예시를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대상자들을 살해한 일에 책임에 있다. 그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불법마약 금지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총격명령을 내리는 것 외에도 경찰이 임무 중 불법적 살인으로 수천 명을 죽인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경찰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으로 살해된 피해자들 중에는 최소 74명의 미성년자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과 지역 관계자들이 조작한 마약 감시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는 미약거래에서 미성년자를 미끼로 사건을 기획하고, 심부름꾼 심지어는 판매자와 같은 명목을 만들어 냈으며, 이 중 가장 어린 희생자는 2019년 6월 29일 살해된 3살짜리 아동이었다.

2019년 11월 현재 필리핀 마약단속국 기록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약 151,601건의 불법 마약단속이 실시되었으며, 용의자 220,728명이 체포되고 5,55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경찰을 가해자로서 설정하여 제소된 사건은 극히 적으며, 이들 사건의 대부분을 피해자의 친척, 변호사,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소하였다.

2019년 9월 경찰 내무부는 불법 마약류 투약과 관련된 사망으로 행정상 기소된 경찰관은 594명 뿐이며, 법정에 기소된 경찰관은 103명, 심문을 받은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법 집행기관의 수사능력은 뒤떨어지며, 본 사안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또한 경찰은 수사나 기소 자체를 꺼리며, 심지어 신빙성 있는 철저한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고의적인 의지까지 드러내고 있다.

초법적 살인 외에도, 도시의 빈곤 지역에 사는 수천 명의 주민들은 매일 밤 두테르테 정권의 살인적인 반인권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확실한 증거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되고, 구금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폭력은 필리핀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 전국언론인연합(NUJP)은 두테르테 정부가 필리핀에서 언론인과 언론자유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인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테르테 정부 출범 이래 50여명의 언론인이 살해되었고 1986년 이후 현재까지 187명의 언론인이 살해된 것으로 파악된다.

필리핀의 인권상황은 2016년 6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례 없는 규모와 범위에 도달했다. 이와 같은 환경은 변호사들을 비롯한 법조인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 약 감시대상자로 의심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권 피해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탄압은 다양한 국제적 규약과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며 인권이사회의 결정을 공공연하게 위반하고 있다.

2016년 7월 1일부터 필리핀에서는 여러 이유로 사망하게 된 변호사가 44명에 이르는데, 그 중 일부는 정부의 인권침해 문제를 기소하고 마약 감시대상자를 변호하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2019년 11월 30일까지 최소 5건의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정부 인권침해 및 마약감시 대상자 관련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들이 관련되어 있다. 인권변호사들은 정부 주도 언론과 몇몇 민간단체들에 의해 좌파주의자,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 등으로 낙인찍혔고, 정부에 비판적인 변호사들은 군과 법집행 기관으로 부터 좌파-낙인의 대상이 되었다. 군부는 인권변호사들을 거세게 비난하는 일을 주도해오고 있다.

필리핀 농민들의 대다수는 봉건적 체제에서 늘 토지수용과 주거권 문제로 고통당해 왔다. 대지주와 서구자본이 광대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착취와 불공평한 처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높은 토지 임대료, 생산비용, 낮은 농산물 구매가 등과 같은 관행이 농민들을 탄식하게 한다. 지난 수십년 간, 농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인 토지개혁조차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더 참담한 사실은 농민들이 지금까지 삶을 일구어 땅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다는 현실이다. 농민들로부터 땅에 대한 권리를 빼앗기 위해 정부는 최악의 인권침해와 폭력을 행하고 있다. 2016년 자신에게 투표한 수백만 명의 농민 지지자에게 변화를 약속하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결국 그는 이 바램을 저버리고 필리핀 민중들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농민을 군사력으로 제압하고 인권을 말살하려는 두테르테 정부의 대응을 통해 알 수 있다. 심지어 농민들은 공산주의 지지자들로 낙인찍히고 온갖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다. 신인민군 등 가짜 반란군으로 몰려 강제 투옥되거나 범죄혐의로 조작되어 즉시 살해되는 등 이들은 학살의 칼날 앞에 서 있다. 농민을 학살하고 생계를 파괴하는 인권말살 정책에 대해 반드시 정부차원의 해명과 사법부의 정의실현을 촉구해야 한다.

두테르테 정권에서 정치적 저항은 인권침해의 표적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영역에 걸쳐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마리아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이 축출된 사건과 같이 법조인을 포함하여 정부에 항거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는 두테르테 정권의 탄압에서 한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본 보고서를 작성한 20개 비정부기구와 인권단체는 유엔인권이사회와 필리핀 정부에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제시했으며, 해당 권고안이 필리핀의 실제 인권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유엔인권이사회에 대한 요구

1. 필리핀 인권상황에 관한 독립적인 진상조사 또는 조사위원회 구성 결의안 채택.

2. 필리핀 정부가 자국 국민에 대한 초법적 살인, 비방 및 기타 공격을 중단할 것 촉구.

– 필리핀 정부에 대한 요구

1.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유엔결의안 이행을 모니터하는 유엔기구 공식초청;모든 국제규범과 인권존중 관련 서약 준수.

2. 초법적 살인, 강제 실종, 고문, 불법 또는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폭력조장 비방과 선동, 기타 인권침해 즉시 중단.

3.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와 그 가족의 배상 보장을 위한 효과적, 시의적절한 조치 제공.

4. 행정명령 제70호에 근거해 지방 공산주의 무장분쟁 종식을 위해 구성된 정부 간 위원회와 국가대책위원회 폐지; 민간인에 대한 조작된 사건들을 양산하고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다양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조치들 폐지.

5. 노동자, 농민, 교사, 시민사회 구성원, 인권운동가, 원주민, 언론인, 변호사,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날조된 제소 철회.

6. 모든 양심수 석방; 사법적 괴롭힘의 정책과 관행을 즉각 중단; 인권보장을 위한 행위의 범죄화 및 정치적 저항, 국민 참여를 저해하는 법률 제정 중단.

7. 군사화 중단; 지역사회와 시민들에 대한 공권력 남용 즉각 중단.

8. 불법마약 및 반정부 캠페인에 대한 정책과 프로그램 철회. 불법마약의 지속성과 확산에 대처하고 건강과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 중심의 접근법에 초점을 맞춘 정책 개발.

9. 사형제 재추진, 형사책임 최저연령 하향 조정, 인간안보법 개정, 전복방지법 부활 등의 시도 중단; 인권운동가 보호법안의 입법화.

10. 지역의 무력충돌 해소; 농업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서비스 체계 구축과 농민의 제반 권리 존중; 무료 토지분배를 포함하는 진정한 농업개혁 프로그램 시행.

11. 대기업과 정부 간 연결고리 해체; 인권탄압을 기본으로 한 국가안보정책 중단; 종교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중지하고 종교의 자유와 신앙증진을 위한 선교활동 존중.

12. 변호사 역할에 관한 유엔의 기본원칙에 따라 변호사와 법조인의 안전보장; 드라코니안 법의 악용을 통한 언론인과 인권운동가에 대한 위협과 부당한 처벌 중단.

13. 필리핀 군대와 경찰의 해외활동 공적보고서의 투명한 발표와 자료 첨부.

14. 강제 폐교된 루마드 학교의 재개교; 반군 세력과의 평화협상을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