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투쟁의 서막: “반정부-왕실개혁”
이유경
태국의 ‘반정부-왕실개혁’ 시위가 코로나19 제 2차 감염 사태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 해 12월 14일 집회를 마지막으로 2020년을 정리하고 “더 강력한 시위”로 신년에 돌아오겠다던 반정부 시위대는 그러나 12월 말 사뭇사콘(Samut Sakhon) 지방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자 대규모 대중집회를 잠시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30일 태국 정부는 집회를 전면 금지했고, 시위 지도부 역시 1월 중순경 대규모 옥외 집회 자제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세 손가락 항쟁’이 중단됐다거나 시위가 전무했던 건 아니다. 항쟁의 핵심 인물이자 2021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권변호사 아논남파(Anorn Nampa)는 연말 휴지기에 들어가며 했던 말, ‘2020년 시위가 기나긴 투쟁의 ‘서막’에 불과하다’(He said this year’s rallies were the overture to a long struggle) 을 상기해 보면 현 상황은 장기적 호흡 가다듬기를 지나는 시기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시위대의 3대 요구사항 즉, 프라윳 총리 사퇴, 헌법개정, 왕실 개혁 그자리 그대로 있다. 3대 요구사항과 항쟁의 명분 등 이른 바 ‘총론’(outline)을 널리 공유하고 그 당위성을 설파했던 게 지난 해 하반기 집회 시국이라면, 새해 들어 나타나는 시위 방식은 ‘이슈 화이팅’ 즉 각론 부각에 나선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 이슈 파이팅 중심 이슈는 바로 ‘왕실 모독법(lese majeste, 형법 112조 panal code 112), 그리고 태국 정부의 코로나 백신 정책이다. 전자는 최근 급증하는 왕실모독법 고발 사태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응대다. 후자는 정책의 투명성과 특혜의혹에 따른 새로운 문제제기다. 왕실모독법과 백신정책, 이 두 개 이슈는 현재 태국 사회를 휘감는 두개의 핵심 키워드라 볼만한데 시간이 갈수록 둘의 상관성이 깊어진다.
정치권도 이 두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않다. 8개 야당이 제출한 프라윳 정부 불신임안이 2월 16일부터 의회토론, 2월 20일 의회투표에 부쳐질 예정인 가운데 개혁적 성향의 전진당(Move Forward Party, 개혁신당으로 출범했다가 지난 해 2월 강제해산당한 미래당 후신)은 불신임안 토론에서 왕실모독법 이슈를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 팔랑프라차랏 당은 “왕실” 두 글자를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불신임안에 서명한 208명의 의원 전원을 왕실 모독법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의원도 등장했다. 그 중간즈음엔 친 탁신계 프어타이 당이 있다. 제 1야당 프어타이 당은 “왕실“을 의제에서 빼라는 여당의 요구에 ‘검토해 보겠다’ 정도로 모호한 답을 준 상태다.
- 1. ‘군주제 개혁’ 대의 속 ‘왕실 모독법 폐지’로 이슈 파이팅
지난 두 달 여 왕실모독법으로 고발당한 인원은 – 1월 25일 기준 – 56명이다. 왕실 모독법의 ‘사촌격’인 컴퓨터범죄법(Computer Crime Act), 그리고 선동죄(형법 116조)도 비판세력을 겨냥하고 있다. 예컨대, 탐마삿 대학 학생이자 ‘세 손가락 항쟁’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파릿 치와락(Parit Chiwarak, 닉네임 “펭귄”)은 왕실모독법, 선동죄 등 총 15건의 고소고발에 직면해 있다. 변호사 아논남파, 학생운동가 파누사야 시띠지라와타나쿤(Panusaya Sithijirawattanakul) (닉네임 “룽“ lung)는 각각 8건의 고발이 접수돼 있다.
왕실모독법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법의 폐지가 군주제 개혁이라는 대의 완수를 위해 치명적으로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더욱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왕실 모독법 반대 시위가 1월 15일 방콕 승리탑(Victory Monument)부근에서 있었다. 그런데 이날 시위는 그동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라사돈(Ratsadon)이나 자유청년(Free Youth)등이 조직한 건 아니다. 태국 영자 언론 <타이 인콰이어러>(Thai Enquirer)은 이날 시위가 ‘민주주의 지킴이 네트워크(Guard Democracy’s Network, 이하 ‘GD’) 산하 ‘해방 지킴이’(Liberating Guard)라는 조직이 주도한 집회였다고 보도했다. (GD는 세 손가락 항쟁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시위대 시큐리티’ 그룹들의 ‘우산 조직’(Umbrella Organization)이라 볼 수 있다. 시위대 시큐리티는 과거 한국 시위현장의 ‘사수대’와 유사하다)
이날 시위는 동료 시위대 체포에 항의하며 장소를 옮겨 계속됐고 급기야 ‘핑퐁 폭탄’(탁구공 모양의 폭탄)이 터지는 불상사를 낳았다. 그날로부터 약 2주 후인 1월 29일, 경찰은 핑퐁 폭탄 투하 혐의로 3명의 시위대 시큐리티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타이 인콰이어러>는 관련 기사에서 GD 창시자 탄(Tarn)을 인용, 체포된 3명의 혐의자가 GDN의 이전 멤버였으며 지난 해 모두 조직을 떠난 이들이라고 했다. 조직을 떠난 이들이 <특수임무>(“Special Task”)라는 새로운 지킴이 조직을 만들었고 이번 핑퐁 폭탄에 연루된 것이다.
태국의 ‘시위대 시큐리티’는 과거 레드셔츠 (2009, 2010) 시위나 옐로우 셔츠 시위때도(2008, 2014) 늘 존재했다. 주로 시위구역 보안이나 지도부 및 시위대 안전을 위해 ‘고용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if not all, many of the security guards in the previous rally sites were known to be more or less hired for doing that job). 반면 이번 세 손가락 항쟁 과정에서는 시위대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조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례로 ‘세 손가락 항쟁’에 느슨하게 참여해온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 과거 한국의 실업계 학교 개념과 유사) 학생들이 시위가 장기화되고 공권력의 무력 사용이 발생하자 시위대 시큐리티 역할을 자임하며 조직화한 식이다. ‘위 발런티어’(We Volunteer, 약칭 “위보 WeVo”)는 그 대표적 조직 중 하나다. 이후 다양한 시큐리티 조직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핑퐁폭탄’ 사건은 이제 이후 세 손가락 항쟁이 유념하고 경계해야 할 현장의 리스크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서는 5.시민사회 역할 참조)
- 2. 백신 정책과 왕실모독법 Vaccine policy and lese majeste
왕실 모독법 고발당한 56명 중에는 지난 해 2월 헌재 판결로 강제해산된 미래당(Future Forward Party) 전 대표이자 현재는 <진보운동>(Progressive Movement)을 이끌고 있는 정치인 타나톤 쭝룽르앙깃(Thanatorn Juangroongruangkit)이 포함돼 있다. 그는 1월 18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태국의 코로나19 백신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태국의 코로나 백신으로 우선 결정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현지생산을 독점 계약한 <시암 바이오사이언스>가 국왕 소유 기업이고 경쟁자 없이 낙점됐다는 점에서 백신정책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가 페북라이브로 문제제기하고 이틀이 지난 1월 21일, 디지털경제부 장관은 타나톤 대표를 왕실모독법으로 고발했다. 이로써 코로나 백신과 왕실 모독법이 직접 연계되기 시작했다. 이어 1월 25일, 왕실개혁 시위 지도부 “펭귄”은 <시암 바이오사이언스> 방콕 본부 앞에서 ‘백신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동료들과 함께 플래쉬 몹 형태의 시위를 벌였다. 태국의 백신정책은 반정부 시위대의 새로운 의제가 된 셈이다.
<시암 바이오사이언스>의 소유관계는 단연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이 기업의 소유주는 ’왕실 자산국’(Crown Property Bureau, 이하 ‘CPB’)이고, CPB는 와찔라롱콘 국왕이 전면 통제하는 기관이다. 정상적인 입헌 군주국가라면 CPB는 준 국가기관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 옳다. 그러나 2017년 7월 ‘왕실 자산 법’(Royal Property Law)이 개정되면서 국왕의 CPB 통제에 합법화의 길이 트였다. 그 길을 터준 이듬해인 2018년 6월 16일 CPB는 “CPB 모든 자산은 국왕 이름으로 등록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CPB자산은 이제 합법적으로 국왕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태국의 코로나 백신정책이 국왕 휘하에 놓인 꼴이 됐다.
앞서 타나톤 대표의 문제제기가 단지 투명성에만 국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1월 29일 보도된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생산을 독점하는 “<시암 바이오사이언스>가 국왕 소유다보니 만일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이 회사를 고소라도 할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왕실 모독법 고발사태가 급증하는 작금의 시국 상황을 굳이 부각하지 않더라도 그가 던진 질문은 타당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백신 기업 선정에 대한 합리적 문제제기에 태국 정부가 왕실 모독법 고발로 응대한 건 코로나 백신조차 군주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마는 태국의 현실을 말해준다.
와찔라롱콘 국왕은 지난 몇년간 준 국가기관들을 사유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를 테면 자신의 최측근인 공군 대장(Air Chief Marshal) 사티퐁 숙위몬(Satipong Sukvimol)을 CPB총재직에 임명했다. 바로 이 CPB 총재가 <시암 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직함을 단 인물이다. 지난 해 10월 태국이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현지 생산키로 했다는 발표 당시 CPB 사티퐁 회장은 “내년(2021) 중반 첫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티뽕 회장은 2018년 8월 이래 와찔라롱콘 국왕이 최대 주주로 있는(지분 33.3%) <시암 시멘트>(Siam Cement Public Co.Ltd)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왕실 은행’으로 통하는 시암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의 이사까지 맡고 있다. 그가 국왕으로부터 얼마나 신망이 두터운 인물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팩트들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의 프로필에서 “10개의 각기 다른 기업을 이끄는 비즈니스맨”으로 소개했다.)
한편, 왕실과 군, 기업 등 태국사회 초 엘리트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유럽의 태국망명 활동가 조직인 ACT4DEM이 최근 업데이트한 ‘왕실 네트워크’를 참조하면 좋다. “ACT4DEM”은 지난 해 12월 “Royal Security Command” 라는 제하의 왕실 네트워크 구성도를 업데이트 발표했다. (아래 링크 클릭)
https://thaipoliticalprisoners.files.wordpress.com/2021/01/kings-command.jpg
- 3. 시위대를 향한 공권력의 ‘보복’인가 : 납치스타일 체포, 강제 실종 망령 되살려 Thailand’s haunting Trauma Abduction turned Arrest : could amount to enforced-disappearance
앞서 열거한 왕실 모독법 남발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반정부-왕실개혁 시위를 향한 기득권 세력(establishment)의 ‘보복’이다. 그러나 이 ‘보복’이 여전히 법망을 이용한다는 구실이라도 있다면 시위대 개인에 대한 ‘납치 스타일 체포’(abduction-turned-arrest 혹은 abduction styled arrest)는 매우 위험한 보복성 국가폭력다. 그 납치 논란이 1월에만 3건 발생했다.
우선, 1월 13일 밤 탐마삿대 학생 시리차이 나뚜앙(Sirichai Nathang, 닉네임 “뉴 New”)는 체포영장 없이 기숙사로 들이닥친 사복요원들에 의해 잡혀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후 여러시간 소식이 끊기면서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 우려가 높아졌다. 태국 언론과 쇼셜 미디어에 오른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경찰은 그의 정확한 구금장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지인들과 변호사들이 밤 사이 그의 행방을 찾아 다닌 것으로 보인다. <카오솟 잉글리쉬>는 사복요원들에게 잡혀간 시점부터 24시간 동안 ‘체포->석방->다시 체포’ 끝에 그에게 컴퓨터 범죄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수사당국에 컴퓨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한 게 컴퓨터 범죄법 위반이 됐다.
그가 ‘납치’된 배경에는 거리에 흔한 왕실가족 초상화 위에 ‘왕실모독법 폐지하라’는 스프레이를 뿌린 사실이 있다. 뉴는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그가 스프레이를 뿌린 초상화에는 2016년 사망한 전 푸미폰 국왕 부부, 그리고 시리와나와리 공주(현 국왕의 딸)의 모습이 있었다. 형법 112조 즉 왕실 모독법은 현 국왕, 현 왕비, 그리고 현 왕세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하는 조항이다. 법문대로라면 대형 초상화 속 인물들은 이 조항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물론 수많은 왕실모독법 사례는 형법 112조의 법문에 천착하지 않는다.
두번째 납치 사례는 시위대 시큐리티 그룹 중 하나인 “프리 가드(Free Guards)” 멤버인 토사텝 두앙나테(Thosathep Duangnate, 닉네임 “아트 Art”)의 사례다. 그는 왕실모독법 폐지 집회에 참가한 1월 15일 밤 사복요원에 의해 ‘납치’됐고 체포영장 없이 48시간 이상 구금됐다. <더 네이션> 보도에 따르면 그의 행방을 추적하던 (시위대 시큐리티 그룹) 위보(WeVo) 대표단이 경찰에 항의한 이후에야 석방됐다.
세번째 납치 사례는 몽콘 산티메타쿤(Mongkhol Santimethakul, 닉네임 “옐 Yel”)의 사례다.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그는 1월 15일 시위를 마치고 자리를 뜬 뒤 열쇠 분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때 일군의 남성들이 그에게 열쇠 찾기를 도와주겠다고 접근했고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났을때 그를 강제로 차에 태워 어딘가로 끌고 갔다는 것. 그는 밤 사이 외부와의 연락 두절(incommunicado)된 채 구금됐고 다음날 아침 같은 무리들이 그를 ‘납치’했던 장소에 그를 내려줬다는 게 옐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의 납치주장이 가짜라며 그에게 수배령을 내렸다. 그의 주장과 경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옐에 대한 납치 사건은 가시적으로는 “논란”으로 남아 있다.
납치, 납치스타일 체포, 강제실종, 납치된 자와 공권력의 엇갈린 주장 등..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 옐의 사례를 “논란”으로 남겨 두더라도- 불길한 징조다. 시민사회에 ‘납치’ 혹은 ‘납치스타일 체포’의 공포감을 확실히 심어줬고 누군가는 그 효과를 의도했을 것이다.
태국은 역사적으로 납치와 강제실종 트라우마가 강한 사회다. ‘강제실종에 관한 유엔 실무그룹’ (United Nations Working Group on Enforced or Involuntary Disappearances, 실무그룹 대신 “워킹 그룹”으로 표기하기도 함)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80년대 이래 총 82건의 강제실종 사례가 보고돼 있다. 먼 과거로 갈 것도 없다. 현 ‘세손가락 항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바로 지난 해 6월 4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백주 대낮에 발생한 태국 망명 활동가 완찰럼 (Wanchalearm Satsaksit) 납치와 강제실종 사건이다. 2014년 쿠테타 이후 강제실종된 망명 태국 활동가는 총 9명이다. 태국에는 여전히 고문과 강제실종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2016년의 공언은 2년후인 2018년 7월 법무부 산하에 고문과 강제실종 방지 위원회(Sub-committee on the Prevention of Torture and Enforced Disapperance Cases)를 신설하고 “강제실종과 고문 이슈를 다루는 세 명의 패널을 임명”한 정도다. 이후 이 위원회가 그 어떤 활동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태국은 아직 <강제실종 방지 국제협약>을 인준하지 않았다.
- 4. 인권변호사 아논남파를 향한 변협의 ‘보복성’ 징계 논의
최근 태국변호사협회(Lawyers Council of Thailand, 이하 “태국 변협”)가 왕실개혁 시위의 중추적 인물인 인권변호사 아논남파 징계를 논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국변협>은 아논 남파가 국왕과 왕실을 적대시하고 혐오를 선동했다(“inciting hatred”)는 제3자의 청원을 받아들여 조사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논 남파를 전면 겨냥한 이 청원은 1월 13일 총리실 장관인 아누차 나카사이(Anucha Nakasai)의 비서 아피왓 칸통(Apiwat Kanthong)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오솟 잉글리쉬> 1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변협 대변인 파냐 자루마스(Panya Jarumas)는 “변협은 협회 회원이 협회 규칙 18조에 반하는 행위가 있는지 조사 권한을 갖는다”(Article 18 of our Behavior Code says if there’s any action that may damage the professional reputation, we can investigate it”) 고 강조했다. 아논남파에 대한 징계논의는 변협규칙 18조 즉, “변호사들은 도덕성을 위반하거나 변호사로서의 품위와 평판을 훼손할 만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lawyers must not conduct themselves in violation of the good morals, or damage the dignity and reputation of the lawyeer profession)는 준칙에 근거할 예정이다. 해당 청원과 관련 태국인권변호사협회(Human Rights Lawyers Association) 회장 코리오르 마누채(Koreeyor Manuchae)는 아논남파를 겨냥한 청원을 기각하라며 변협측에 역 청원서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역청원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 5. 시민사회 무엇을 해야 하나 Civil societies’ role to play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제한적이나마 제언하는 수준의 답을 적어 본다.
우선 태국의 시민사회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집회와 결사의 동력을 사그라들지 않도록, 그 불씨를 잘 관리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왕실모독법, 선동죄 등이 남발되는 현실이 말해주는 건 소강 상태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사법권력을 이용한 기득권세력의 적극적 ‘반격’이 시위 지도부의 움직임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public) 사이에 공포와 무기력감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비대면 방식의 저항행동을 간헐적으라도 지속 기획해 보는 건 어떨지, 감염병 시대 새로운 전술이 될 지 모른다.
아울러, 중앙집중적 지도부가 없는 운동의 약점도 보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메바식 분산으로 조직 수가 늘어나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과 영역이 발생할 수 있다. 핑퐁 폭탄 사례가 그런 점을 잘 드러냈다. 세손가락 항쟁은 중앙 집중적 조직 체계나 지도부 없이 주제(Theme)가 제시되면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 조직들이 자유롭고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이런 방식의 크나큰 장점 한편으로 우발성, 예측 불허성, 돌출행동과 후폭풍, 동력의 파편화 현상에는 대비와 대처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의 시민사회로 공간이동을 해보면, 한국은 우선 왕실 모독법 이슈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고 따라서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왕실 모독법으로 기소된 자투팟 분팟타라락사(Jatupat Boonpattararaksa, 닉네임 “파이” 혹은 “파이 다오 딘”)에게 528 재단은 광주인권상을 수여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왕실 모독법 위반으로 소환장을 받고 한국으로 피신한 학생 운동가 차녹난 루암삽(Chanoknan Luamsap)가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어 2021년 광주인권상 역시 인권변호사 아논남파에게 돌아갔다. 왕실모독법 고발이 급증하고, 그 법의 폐지문제가 시위의 핵심의제로 떠오른 지금 한국은, 특히 시민사회는 강하고 분명한 연대의 말, 글, 행동을 보일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한국은 여러가지 맹점과 대내외적 비판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민사회의 토대가 강한 사회다. 시민사회가 강하다는 건 국제연대의 ‘바람직한’ 조건이다. 주권침해, 외세개입, ‘정치적 개입 프레임’ 등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의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이유경 기자는 국제분쟁과 인권 문제를 집중 취재하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온 프리랜서 언론인이다. 현재 한국일보 <세계의 분쟁지역>기획면에 지구촌의 다양한 분쟁 이슈 분석 글을 연재 중이며 KBS 라디오 <통일열차> 프로그램에서 태국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개인 웹사이트 : penseur21.com)